이 노래를 언제 어떻게 처음 듣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엔가 홀린 듯 단번에 빠져들었고
일주일 가까이 이 노래만 들었었다.
보통 한 노래에 꽂히면 그 노래를 반복해 듣는 건 당연하고
그 주변의 여러가지 것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그 뮤지션의
다른 앨범이나 다른 곡들을 들어보기도 한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다.
그런데 이 노래를 접한 후
나는 그냥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유료로 내려 받고 나서
노래를 듣는 것 이상의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이 밴드가 맴버가 두 명이라는 것,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도
블로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들이 데뷰작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았다는 사실까지도.
그런 면에서도 개인적으로 참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어쨋든 그 만큼 이 노래는 내게 강렬한 곡이다.
왜 그럴까? 무엇이 나를 사로잡을까?
음악에 대한 분석이랄거 까지는 안되지만
나름 이유를 생각해보면
두 가지 정도 아닐까 한다.
우선 첫째로, 이 노래는 굳이 분류를 하자면
흔히 말하는 Rock Ballad이다.
노래의 초입부는 잔잔한 사운드와
읊조리는 듯한 보컬이 발라드의 전형을 보여주며
후렴구에선 제법 강렬한 사운드도 등장한다.
음악의 주체가 밴드이고, 그들의 주된 음악이 Rock이므로
Rock Ballad라고 부르기에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Rock Ballad라는 뻔한 단어로 설명하기엔
뻔하지 않은 뭔가가 이 곡에는 있다.
항상 국내 인디밴드 들에게서 아쉬움으로 느껴지던,
약간 아마추어적인 가사쓰기와 밋밋한 곡쓰기 등의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무참하게 부숴버리는 강렬한 훅(Hook)...
단언컨데 이곡 후렴구의 멜로디와 그루브감은
어떤 국내 뮤지션의 어떤 곡보다도
훌륭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치 며칠간 산채나물과 같은 유기농 자연식만 하다가
한입 베어 문 던킨도너츠의 단맛.
나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강렬한 유혹이다.
실제로 이곡을 처음 들은 때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 찾아보니 파일 다운로드가 2008년 11월로 되어있다. )
랜덤듣기를 하다가도 이 곡이 들리면
예외없이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노래에 집중해서
두 세번 반복해 듣곤 한다.
두번째로, 이 노래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범상치 않은, 아니 기막힌 가사쓰기다.
약간은 몽환적인 곡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알듯 모를듯한 신비로운 가사는
이 노래로 자꾸 빠져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문학이나 철학 같은 분야에
조금 무지한 편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약간의 언어유희 같기도 한 구절
"난 종이돈 몇장을 주고 전화를 걸어 끊어 버렸어 "라든가,
"넌 내게 거절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난 끝내 거절했어"라는.
첨에는 이해가 안되서 다시 몇번을 들어보니
참 오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마지막 구절이 명치 끝을 아리게 한다.
"One, Two, Three, Four, 내 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It's time to close my mind It's time to close"
블로깅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이 노래가 반복되어 나오고 있다.
그러다 문득 다른 노래 한 곡이 생각났다.
"I'll never be open again, I could never be open again"
"I'll never be open again, I could never be open again"
유명한 밴드 Dream Theater의 Space-dye Vest의 마지막 구절.
그랬다. 이 노래를 들을 때도 그랬다.
가슴을 후벼파는 절절함...
그 외에도 탄탄한 연주실력과
단순한 듯 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편곡 등
2집 밴드의 여유로움도 느껴진다.
아 큰일이다...
안 그래도 요즘 바깥 날씨도 장난이 아닌데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었으니
이 추운 겨울 밤이 더 길어질 듯 싶다 ㅠㅠ
밤새 방안엔 눈이 많이 쌓였어
난 자장가에 잠을 깨어 눈을 떴지만 넌 이미 없었어
밤새 마당엔 새가 많이 죽었어
난 종이돈 몇장을 쥐고 전화를 걸어 천국을 주문했어
노래는 반쯤 쓰다 참지 못하고 태워버렸어
나는 재를 주워 담아 술과 얼음과 마셔버렸어
오 - 미안 오 -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지
내 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밤새 방안엔 꽃이 많이 피었어
난 종이돈 몇장을 쥐고 전화를 걸어 끊어 버렸어
밤새 술잔엔 눈물이 많이 고였어
넌 내게 거절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난 끝내 거절했어
노래는 반쯤 쓰다 참지 못하고 태워버렸어
나는 재를 주워 담아 술과 얼음과 마셔버렸어
오 - 미안 오 -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지
내 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노래는 반쯤 쓰다 참지 못하고 태워버렸어
나는 재를 주워 담아 술과 얼음과 마셔버렸어
오 - 미안 오 -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지
내 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http://www.youtube.com/watch?v=Nmas9aDqv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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